입력 : 2012.03.19 22:24
복지·세금에서 비슷한 여·야, 근본적 차이 드러내는 건 '安保' '對北' '對美' 문제
이번 총선과 12월 대선에선 여기에 국민적 판단 내리고 多數의 선택에 승복해야
4·11 총선에서 우리가 투표할 때 신중하고 심각하게 숙고해야 할 것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차이점이다. 비슷하거나 비슷해지고 있는 정책들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디를 찍으나 별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복지문제·재벌정책·부자세금 문제 등에서 두 정당은 경쟁적으로 닮아가고 있다.
문제는 다른 점이다. 아주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이 한미 FTA 문제와 제주 해군기지 문제다. 두 정당의 지도부는 외면하고 있지만 그래도 정당 전체로는 중국의 탈북자 북송 정책에도 온도 차가 있다. 크게 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안보문제·대북문제·대미문제에서 근본적으로 다르게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그간 민주당이 천안함 피폭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보여준 시각과 취했던 태도는 이명박 정부는 물론,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이전부터 천안함·연평도 문제에서는 북한의 소행임을 언급하지 않거나 북한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근자에 와서 한명숙 대표가 다소 후퇴하는 듯한 언급을 하기도 했지만 한미 FTA에 대해서는 당내의 온건파조차 수용하지 않는 과격성을 드러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는 우리나라 전체 좌파의 '운동력'이 총집결되고 과시되는 듯한 전력투구의 양상을 보였다. 민주당은 한명숙 대표와 몇몇 지도부가 현장을 찾아가 시위에 참가할 정도로 이 문제에 선명성을 드러냈다. 또 최근 예고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등 북한이 관련된 문제에는 항상 북한을 두둔하고 북한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번 총선은, 그리고 더 나아가 12월 대통령선거는 이런 차이점이랄까 이념적 접근방식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내려지는 장(場)이 되었으면 한다. 민주당의 한 고위인사는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등에 관한 반대의 움직임과 세력이 국민의 30% 가까이 있으며 여기에 반(反)이명박, 반(反)박근혜 세력이 합치면 원내 제1당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민주당의 대미·대북 문제에 대한 차이점의 표출은 단순히 정서적인 것이 아니라 계산된 전략의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이런 이슈를 이번 선거의 결정적 쟁점(爭點)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적절하다.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이 문제들에 대한 자신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것이라면 유권자가 이에 대한 대답을 해줘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이번 총선이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국민적 의사를 표시하는 '국민투표 격(格)' 행사가 됐으면 한다. 서로들 그렇게 자신 있으면 한번 붙어보라는 것이다. 한미 FTA 같은 국가적 과제를 서울 강남을 한 선거구의 결과만을 가지고 이겼다거나 졌다거나 입씨름하지 말고, 이를 전국화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의 결과 민주통합당이 이기면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등 안보현안은 민주당 주장대로 가고, 새누리당이 이기면 민주당이 더 이상 토 달지 않고 '국민심판'에 승복할 것을 두 정당이 국민 앞에 약속하는 절차라도 밟았으면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그것을 당의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 의석수로 하든지 전체 득표수로 하든지 해서 추진하거나 버릴 것임을 분명히 공약하자는 것이다.
이제 이들 국가적 과제에 우리는 논쟁할 만큼 했고, 시위할 만큼 했고, 충돌할 만큼 했다. 국민도 피곤하다. 그래서 국민이 일단 선거를 통해 의사표시를 하고 그 결과로 나라가 흥하든 망하든 우리는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헌법적 소명이고 민주주의의 길이다.
우리의 정치는 과거 수십년 선거에서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고 져도 진 것이 아니었다. 소수당이고 다수당이고 별 의미가 없었다. 타협과 절충이라는 것도 없었다. '다수'는 횡포였고, '소수'는 발악이었다. 선거에서 이기고 진 것과 상관없이, 국민의 선택이 어느 쪽이었든지 아랑곳없이 끝없이 싸우고 분탕질했다. 이럴 바에는 선거와 투표는 왜 그 많은 돈을 써가면서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4·11 총선을 계기로 우리는 선명한 차이점을 쟁점과 정책으로 삼아 국민 앞에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요구하는 쟁점선거·정책투표로 가야 한다. 그 결과로 국민적 선택에 승복하는 전통을 세우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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