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칼럼·조선일보/2012 년도

保守는 分化하면 안 되나(2012.03.05)

푸른솔1 2012. 11. 13. 11:04

개헌線 무너질 위기에도 새누리당, 당선 노력보다는 좌파 짝퉁정치에 한눈팔고 안보와 시장경제는 뒷전
지지층을 '집토끼' 취급하면 보수 독점 오래가지 못할 것

"우리가 사람들한테서 받는 제일 괴로운 질문은 '왜 보수(保守)를 분열시키는가'라는 것입니다. 더 이상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우리의 정치활동을 보수 분열로 치부합니다." 국민생각의 박세일 대표가 최근에 한 말이다. 많은 국민들은 재작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이회창씨의 대통령 낙마에서 보수 분열의 당연한(?) 귀결을 떠올린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는 보수정당은 언제나 하나였고 진보·좌파정당은 대체로 복수였다. 군부통치 시절, 크게 보면 야당도 보수정당이었기에 보수와 진보를 논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정당의 이념성향이 두드러진 지난 20년간을 보면 보수성향의 집권이 두번(그것도 한번은 민간·군부연합이었다), 진보·좌파의 집권이 두번이었다. 결국 실질적이고 실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좌파정치가 우세했던 셈이고 이번 총선에서도 좌파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보수는 '하나'이면서 정치전쟁에서 이긴 것도 별로 없다. 이런 처지에 제2의 보수적 정당이 고개를 들라치면 으레 '보수 분열'로 뭇매를 가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거기에는 '단일화' 또는 '연합' 내지 '연대'라는 정치게임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왔다. 김대중 정권은 DJP의 '연합'으로, 노무현 정권은 정몽준씨의 사퇴에 따른 '단일화'로 탄생한 정권이었다. 보수정당의 집권 실패는 항상 그 역(逆)으로 보면 됐다. 단일화도, 연합도 못 하거나 안 하는 독불장군, 오만무쌍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새누리당은 어김없이 보수정당의 불임(不姙)의 길을 가고 있다. 먼저 공천 잡음을 보자. 정계원로인 김종필 전 총리는 최근 지인에게 새누리당이 총 100석도 못 건지는 사태를 걱정했다고 한다. 그것은 곧 개헌선이 무너지는 사태를 의미한다. 보수층으로서는 좌파연합의 개헌선 확보를 두려운 눈으로 보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새누리당은 당선 가능성보다 '쇄신 이미지'에 한눈을 팔고 있다. 정당의 존재이유는 의석수다. 이미지 쇄신이나 끌어안고 있다가 소수당으로 전락하는 몰골이라면 대선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국민을 덜 괴롭히는 결과가 될 것이다.

새누리당의 독점의식과 오만함은 탈북자 문제와 제주 강정마을에서도 두드러진다. 온 국민의 관심이 중국의 탈북자 송환에 쏠려 있는데도 보수층을 업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시위현장에 코빼기도 안 보이고, 보수 지지층의 안보적 관심사인 강정마을에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 것을 보면 새누리당은 보수층을 '집토끼'나 장중(掌中)의 물건쯤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새누리당의 '비대위'는 그 정당의 '비대함'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비아냥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지금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이 온몸을 던져 추구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이면서 보수층의 우려가 결집돼 있는 곳에서 국민의 심경과 바람을 읽고 소통하는 일이 첫째요, 자유선진당과 국민생각을 포섭하고 그들과 함께 이 땅의 좌경화를 막고 나라의 안보와 시장경제를 지켜내는 것이 둘째다. 그런데 그러기는커녕 자기들이 해야 할 일들은 방기한 채, 좌파 짝퉁정치를 따라가는 것을 보다 못해 나선 제2, 제3의 보수정당이 '보수 분열'로 매도되고 있는 상황에 보수 지지층들은 아연실색하다 못해 화가 치밀어오르고 있다. 더구나 요즘 민주통합당이 공천과정에서 당의 정체성과 구성에 대한 본질적인 갈등에 휩싸여 있고, 노선과 이념성향에 대한 지지도를 과신한 나머지 지나치게 왼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을 새누리당 쪽에 유리하게 이끌고 갈 수 있는데도 그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렇기에 박근혜 위원장의 정치력과 결단력이 더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시대가 달라졌기에 과거 김영삼·김대중·김종필씨의 장악력을 바랄 수는 없을지라도 보수층은 '대통령으로서 박근혜의 모습'을 찾고 싶을 것이다. '보수적 가치'가 있는 곳을 외면하고 포퓰리즘에 이끌려 다니며 교조적이고 산술적인 물갈이에 연연한 당 기구의 무정견을 바로잡는 정치력을 보고 싶다. 또 선진당·국민생각 등과 연대하기 위해 공천 배분의 용단을 내리는 박근혜의 '큰 그릇'을 보고 싶다. "너희 집토끼들이 뛰어봤자 어디로 가겠느냐"는 오만을 떨어버리는 '낮은 자세'를 만나고 싶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보수라고 분열하면 안 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때마침 미국에서도 제3당 운동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체제와 그들의 독점적 정치장악에 식상하고 실망하고 분노한 사람들이 제3당의 출현을 거론하고 있다. 세계의 여기저기서 두 정당 끼리끼리 해먹는 독점체제를 허용치 않아 연립정부가 태어나고 있다. 그것은 분열이 아니라 분화(分化)일 수도 있다. 독식(獨食)이 아니라 나눠먹고 상황에 따라 연대하는 방식이다.  2012.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