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칼럼·조선일보/2022 년도 18

‘동맹’이 ‘평화’를 정권교체하고 있다(220524)

‘동맹’이 ‘평화’를 정권교체하고 있다. 2022.05.24 정말 오랫만에 ‘동맹(同盟)’이라는 말을 원 없이 듣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동맹이란 단어는 사실상 금기어(禁忌語)나 마찬가지였다. 그 대신 우리는 ‘평화’ 또는 ‘평화 프로세스’라는 말에 묻혀 살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즈음해 그 ‘평화’의 자리에 ‘동맹’이 정권 교체를 이룬 것이다. 평화와 동맹은 결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평화는 목표이고 동맹은 그리로 가기 위한 수단 중의 하나다. 그런데 한국의 좌파는 동맹이라는 것이 남북의 평화를 그르친다고 선전해왔다. 그 동맹의 한쪽 축이 미국이고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이어서 한반도의 평화와 대치된다고 주장해왔다. 저들의 평화론에는 대한민국..

‘시행령 대통령’으로 그칠 것인가?(220503)

‘시행령 대통령’으로 그칠 것인가? 2022.05.03 소수당 대통령은 입법 통한 공약 실천 어려워 대통령·국회의원 동시 선거로 일할 ‘틀’ 짜주는 제도 필요 새 대통령 소신 펼칠 환경, 6·1 지방선거서 판가름 ‘검수완박’은 애당초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의 작품인데 이것이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거치면서 이제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의 실책에서 빚어진 것처럼 둔갑을 해버렸다.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을 비난하는 것 못지않게 윤 당선인 측에 혀를 차고 있는 형국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고도 소수 야당의 신세를 못 면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의 의미는 그 선거에서 이긴 사람에게 정부를 맡겨 나라를 운영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지금 사정은 덜렁 대통령만 뽑아 놓고 그를 악의적 적..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끊자(220412)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끊자 2022.4.12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좌파와 우파의 골이 이렇게 깊고 심각한 적이 없었다. 현실적으로 친문(문재인)-친명(이재명) 등 기존 여권과 친윤(윤석열) 등 야권의 대립은 정책과 이념의 차이를 떠나 분노와 증오로 치닫고 있다. 숫자로도 알 수 있다. 첫째, 지난 대선 때 당락의 차이가 0.73%에 불과했다. 둘째,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나들고 있다. 역대 전례가 없다. 셋째, 당선 직후 80% 지지를 즐긴 역대 대통령과 달리 윤 당선인의 지지율은 50% 안팎이다. 이것도 전례가 없다. 172석의 민주당은 패배자이면서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문제는 이런 숫자의 이면에 서로에 대한 증오·저주·조롱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조건 싫고, 무조건 감옥 ..

‘어쩌다’ 대통령 된 윤석열, 잃을 게 없다(220322)

‘어쩌다’ 대통령 된 윤석열, 잃을 게 없다. 2022.03..22 尹 정권의 시대적 사명은지난 5년 잘못 바로잡고대한민국 정체성 확립하는 일 文 정권의 내로남불·권력남용통합 이유로 눈감지 말고법 절차에 따라 문책해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당선인 뒤에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윤 당선인은 당선 이후 거의 모든 언급에서 ‘국민’과 ‘통합’을 빼놓지 않고 있다. 일생을 공무원으로 살아왔기에 이번 대선을 통해 ‘국민’의 의미와 ‘통합’의 무게를 새삼 깊이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레토릭이 아닌 현실에서 ‘국민’과 ‘통합’은 진부하게 들리기도 한다. ‘국민’은 많은 정치인이 입만 열면 습관처럼 거론한 단어이고 때로는 독재자들이 더 많이 애용한 용어이기..

안철수는 역시 ‘철수’하는가(220301)

안철수는 역시 ‘철수’하는가 2022.03.01 대통령 선거 때마다 단일화 문제가 있었지만 이번 대선처럼 혼란스럽고 역겹기까지 한 단일화 현상은 처음 겪는다. 그 단일화 문제의 중심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있다. 그리고 그는 이번뿐 아니라 지난 2번의 대선, 그리고 2번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 나라 선거의 단일화를 문제로 만든 사람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철수 씨는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단일화 협상 때마다 등장했다가 그때마다 물러났지만 그렇다고 단일화의 대가를 챙긴 적도 없다. 그냥 나와서 경쟁하다가 상대방 밀어주기로 하고 물러난 것이 전부이다시피 했다. 그래서 그의 단일화는 김종필이 김영삼, 김대중 등과 했던 ‘연합’과는 달랐다. JP가 했던 것처럼 내각책임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공동..

北 미사일이 쏘아 올린 ‘전쟁이냐 평화냐’(220208)

北 미사일이 쏘아 올린 ‘전쟁이냐 평화냐’ 2022.02.08 새해 미사일 7차례 쏜 北 “전쟁 피하려면 북과 평화를 금과옥조로 삼는 쪽 찍으라” 우리 대선에 메시지 던진 것 나라의 정체 보존하려면 어떤 선택 해야 하나가 이번 3·9 대선의 핵심 북한은 지난 1월 한 달에 걸쳐 7차례나 미사일을 쏴댔다. 전례 없는 강도 높은 도발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럴 만한 긴박한 사정이 있었을까? 사정은 오히려 정반대였다. 미국 쪽을 보자. 바이든 정부가 취한 대북 정책은 무시(無視)와 관망이었다. 김정은이 그것을 참다 못해 ‘왜 우리를 개무시하느냐’며 ‘나 여기 있다’고 미사일 다발(多發)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렇게 순진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신음..

속국으로 사느냐, 동맹으로 가느냐(220118)

속국으로 사느냐, 동맹으로 가느냐 220118 지금 세계 정세는’홀로서기’ 허용 안해 中 택하면 속국 되고 美 택하면 동맹국으로 산다 3·9 대선이 중요한 건 이 때문이다 우리에게 중국은 어떤 존재인가? 역사는 우리가 중국을 벗어나지도, 중국을 이기지도 못하고 몇 백년을 조공 바치며 숨죽이고 살아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끊임없이 부딪히는 단어는 ‘속국’이고 ‘사대(事大)’였다. 지난 한 세기 가까이 한반도는 남북의 둘로 갈려 각각 다른 이념적 배경으로 중국을 대하고 있고 중국은 이런 상황을 최대한 즐기고 있는 형국이다. 이 문제는 근자에 문재인 정권이 한중관계를 ‘속국’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심각히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은 지난 2017년 플로리다에서 미국 트..

尹, 이제 비로소 ‘정치인’ 되는가(220104)

尹, 이제 비로소 ‘정치인’ 되는가. 2022.01.04 대통령선거를 두 달 남기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 등 당의 조직 개편을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옳은 선택이다. 애당초 윤 후보가 부진에 빠진 것은 후보와 당(黨)이 불협화음에 빠져 있고 후보는 그것을 극복할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윤 후보는 기본적으로 국민의힘과 그 소속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그는 지난달 23일 전남 광주에서 “국민의힘이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호남 분들이 국힘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 저도 정권 교체는 해야 되겠는데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어 부득이 국힘을 선택했다. 국힘이 수권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뒤 기자들과 문답에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