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매일신문/2012 년도

250만의 미소가 대구를 살린다(120709)

푸른솔1 2012. 7. 17. 09:51

250만의 미소가 대구를 살린다      2012년 07월 09일

 

"친절하세요, 언제나 누구에게나 친절하세요. 아침에 버스를 타고 뒷좌석에 시무룩하게 앉아있는 이름 모를 형제에게 친절한 시선을 던지세요. 따뜻한 미소를 보내세요. 혹시 그는 삶을 비관하고 그 버스의 변두리 종점에 내린 뒤 자살할 것을 결심하고 집을 나선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당신의 따뜻한 시선, 친절한 미소에 힘을 얻어 삶에 대한 새로운 의욕과 용기를 가다듬어 새 출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친절하세요."

이 말을 남긴 앨버트 슈바이처가 오늘날 대구 시민들의 표정을 봤다면 어떤 충고를 해줄까. 무뚝뚝한 표정, 방금 집에서 싸우고 나온 사람 같은 얼굴, 미소 결핍증 환자로 의심할 만큼 무표정하고 굳은 모습에 어쩌면 기가 질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그가 작년 세계육상경기대회 관중석에 앉아봤더라면 반대로 이렇게 말했을지 모른다.

‘친절하세요. 언제나 누구에게나 대구 사람처럼 친절하세요.’

사흘 전 대구시가 2020년까지 세계 최고의 ‘미소 친절 도시’를 만들자는 첫 포럼을 열었다. 솔직히 대구 사람이 무뚝뚝하고 투박해 보이는 건 맞다. 웬만해서는 헤프게 웃지 않는 것도 맞다. 그래도 오래 겪어 보면 속마음이 따끈하고 여리고 정(情)이 많다고들 하는 말도 맞다. 실제 2010~2011년(6월)까지 2년간 조사한 ‘대구 시민 의식 수준 조사’를 보면 친절, 질서, 청결 부문에서 모두 다 해가 갈수록 더 못해진 것으로 나왔다. 부끄러운 통계치다.

 

그러던 게 작년 세계육상경기대회를 치르면서 완전히 반전(反轉) 됐다. 외국인들 중 ‘친절한 대구를 다시 찾아오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74%를 넘었다. 대회 이후 올해 초까지 대구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도 25%나 증가했다. 순수 호텔 숙박자 기준으로 25%라니까 실제 관광객은 더 많다고 봐야 한다. 미소와 친절의 힘이 한 도시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꿔주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구가 육상경기 때의 열정과 친절로 세계 속의 친절 도시로 뜬 경우라면 독일 릴레 함메르 시(市)는 모든 시민들이 미소운동을 벌여 국제행사를 성공시킨 경우다. 함메르 시민들은 대회를 앞두고 모든 시민들이 웃는 표정을 만들기 위해 입과 귀에 치아 교정용 보철기처럼 생긴 플라스틱 틀을 끼워 물고 다녔을 만큼 극성스런 시민 미소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성난 주먹도 웃는 얼굴엔 맞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어려운 조건일수록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면 언젠가 이익이 돼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 우리 대구는 당장 올가을 20년 만에 전국체전을 개최하고, 앞으로 세계 물 포럼 등 국제행사가 계속 이어진다. ‘미소 친절 도시’를 만드는 것은 곧 세계 속에 대구의 우호적 이미지를 심는 일이고, 친절 도시의 이미지가 심어지면 경제는 뒤따라 끌어올려진다. 지역 GRDP가 17년째 내리 꼴찌라지만 행정구역 단위로 계산하다 보니 그런 거고 실제 대구 시민의 가처분소득은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미지를 바꿔 가면 얼마든지 세계 속의 명품 도시가 될 수 있다. 아직은 힘들지만 적어도 꿈과 비전만은 그렇게 품자. 육상대회 후 벌써 부산, 여수, 논산, 창원, 창녕, 강릉, 전북도 등에서는 우리 대구의 미소 친절 운동을 벤치마킹 해 갔다. ‘보수 꼴통 도시’를 찾아와 친절과 미소의 힘을 배워 가겠다는 것만 해도 구닥다리 시골 도시(?) 대구로서는 변신의 호기(好機)를 맞은 셈이다. 이제 용기를 가지고 변화해 보자.

 

"대구 대학생들은 취직 시험 면접 볼 때도 심사위원 질문에 서울 애들처럼 ‘이건 이렇고 그건 그래서 이렇습니다’는 싹싹한 대답을 못하고 ‘맞습니다’ 한마디 하고 입 다물어버리니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포럼 개막 날 시장님이 던진 우스개가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어른들부터 웃는 모범을 보이자. 20년 전 대구교육청에서 시작했던 ‘먼저 인사하기’ 운동도 초딩 때까지는 전국 최고였다가 어른들이 인사 안 받아주는 바람에 중`고교생 때부터는 시들해지더라는 얘기는 우리 모두의 반성 거리다. 독일 사람처럼 입에 미소 훈련용 보철 틀을 물고 다니지는 않더라도 '미소 친절 도시', 걸판지게 한번 만들어 보자.

250만이 웃으면 대구 경제가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