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민얼굴' 2013.04.29
주변국가 강탈해 전쟁 일으키던 1세기 전 수준 못 벗어난 일본
'약해서 당한 것'식 과거 호도는 인류 양심상 인내할 수 없는 일
'아베노믹스'로 목소리 커지면서 오버랩되는 '군국 일본'의 얼굴
결국 일본은 세계 일류(一流) 국가가 아니었다. 대단히 잘살고, 돈 많이 벌고 잘난 척해도 역시 일본은 1세기 전 주변 국가를 강탈해 식민지로 삼고 침략 전쟁을 일으켰던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에 대한민국 사람들은 오히려 안도하고 있다. 저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인정하고 자신들의 야욕에 희생당한 수백 수천만 세계인에게 죄스러워했더라면 우리는 더 성숙한 일본을 두려워했을 터인데 스스로 내려앉은 일본을 보며 우리는 오히려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아베 신조 총리와 자민당 내각을 앞세워 일본은 "침략의 정의는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서 어느 쪽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2차대전 침략 사실 자체를 간접적으로 부인하며 식민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 세계의 비난 여론에 몰리자 한발 물러서는 듯했지만 이런 의도적이고 기획적인 '밀고 당기기 전략'마저 일본을 추하게 만들고 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주권을 찬탈하고 타민족을 학살-약탈한 것이 '보는 관점'에 따라서 아닐 수도 있다면, 일본의 관점은 어떤 것이며 관점에 따라서는 '일본은 싫은데 식민국이 원해서'라는 식의 수혜적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인지 일본은 대답해야 한다.
일본이 앞으로 자기 나라를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끌고 나가겠는지는 일본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헌법을 고치고 군대를 양성하고 돈을 마구 찍어내 주변 경제를 혼란시키든 말든 그것들은 일본의 선택이다. 또 각료뿐 아니라 전 국민이 야스쿠니 묘소를 참배하든, 심지어 위안부 보상 문제에 '배 째라'고 나오든 그것도 일본의 선택이다. 하지만 거기에 일본의 '과거'까지 얹어 '관점의 차이'라거나 '그것은 너희가 약해서 당한 것'이라며 큰소리로 호도하는 것은 피해국인 우리로서가 아니더라도 인류의 양심상 도저히 인내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일본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국가적 해(害)를 입은 상대가 있는 일이기에 그렇다.
지난 1월 1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당시 일본 아사히신문 주필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씨의 논설은 일본의 우경화는 "오른쪽을 보고 서 있던 아베 선수의 등을 (한국·북한 ·중국 등의) 돌풍이 뒤에서 밀어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것들이 "일본을 자극해 내셔널리즘을 부추겼기에" 아베의 등장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일본 국민은 결국 주변국의 바람에 좌지우지되는 피동적이고 주변머리 없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일본의 지식인들은 이제 와서 주변 상황이 일본을 우경화로 몰고 가고 있으며 그것을 쉽게 비판만 하지 말고 서로 자제하고 조심하자고 강변한다. 하지만 그것은 가해자가 할 소리가 아니다. 과거 우리를 죽어라고 마구 때린 일본이 이제 와서 주변에 핑계를 대며 일본을 때리지 말라고 한다. 기가 막힌 궤변이다. 오늘의 상황은 일본인 본심(혼네)의 결집이고 아베는 그것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의 일본의 교만을 전후 독일의 반성과 비교할 생각은 없다. 일본은 들은 척도 않는데 우리 입만 아프다. 그래서 오늘의 일본의 선택에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지만, 또 일본에 반성하라고 얘기하는 것도 지겨워졌지만, 다만 오늘날 일본이 이러는 것이 한국 대통령의 독도 방문 때문이고 중국의 남중국해 섬 점령 때문이고 북한의 미사일 때문이라는 따위의 남 탓은 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그리고 '과거'까지 도매금으로 넘기지 말았으면 한다.
유튜브에 떠있는 10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소녀 이야기'는 무슨 공장인 줄 알고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 끌려가 일본군 수백 명의 노리개가 됐던 장서문 할머니의 실화를 그렸다. 그것을 본 한국인은 모두가 울었다. 지구인 누구라도 울었을 것이다. 그것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일본이 자기들이 벌였던 전쟁의 침략성과 식민성을 부인하며 과거 피해자들에게 약을 올리는 듯 쏟아낸 망언을 접했을 때 한국인들의 심정이 어땠을까―저들은 생각이나 해봤을까? '잘나갈 때 조심하라'는 옛말이 있다. 지금 일본은 잘나가고 있는 듯 보인다.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침체해있던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만나 경제가 되살아나고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일본은 신이 난 모양새다. 그런 와중에 확대되고 오버랩되고 있는 일본의 민얼굴에서 '군국 일본'의 부활을 보는 듯하다.
때마침 중국은 고구려를 자기들 변방의 나라라며, 새로운 '동북공정'을 들고나왔다. 나라의 기구한 운명이겠지만 오른쪽에 국권 강탈과 민족 수탈을 부인하며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느냐'는 뻔뻔한 일본을, 왼쪽에 '옛 조선이 과거 우리 것이었느니…' 하며 신(新)종주 이론을 펴는 오만한 중국을, 그리고 북쪽에는 핵무기를 장착한 무소불위의 '김정은 미사일'을 이고 있는 우리로서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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