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두 사람 다 망한다 2009.05.10
李·朴 두 사람은 도대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는가?
국민들은 누군가 먼저 손 내밀기를 바라는데…
이런 말이 있어 왔다. "우파는 부패하고 좌파는 분열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좌파가 부패하고 우파가 분열'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 한나라당의 분열상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한나라당 내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의 알력과 반목은 말이 같은 정당이지 속은 반대당보다 더한 상태다. 그로 인해 '되는 일이 없는 집권당'의 기능은 정책과 시정 면에서 국민에게 막대한 폐해를 가져다준다. 더 이상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는 정당이라면 국민은 그 정당에 대한 신뢰를 거둘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재·보선의 결과는 그 시작이다. 여당 내 일대 쇄신이 없다면 오는 10월 재·보선, 그리고 내년 6월의 지방자치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도대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가? 자기들이 정치놀음하는 사이 국민에 대한 보답과 예의와 배려는 실종된 상태다. 이 대통령은 그저 "네까짓 것들 없어도 나만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대통령 행세를 희희낙락 즐기면 되는 것이고, 박 의원은 이 대통령과 친이계의 몰락을 딛고 그 어부지리로 차기(次期)를 꿰차기만 하면 된다는 것인가?
먼저 박 전 대표의 선택부터 살펴보자. 박 의원의 최근 행보와 태도로 보면 그는 이 대통령을 도와줄 생각이 조금도 없는 것 같다. 들리는 말로는 이 대통령이 번번이 거짓과 위약으로 신뢰를 깨왔다는 이유로 MB쪽과는 협력은커녕 그쪽이 망하거나 무릎을 꿇는 상황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것 같다. 친박 내부에서는 지난 4월 재·보선이 박근혜의 외면으로 전패했듯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자체선거가 역시 참패로 끝날 것이고 그러면 그때 가서 당을 접수하자는 주장도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서 거덜나다시피한 '박근혜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당이 지리멸렬해질 때까지 오불관언 수수방관한 박 의원의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과연 국민이 박수로 받아줄 것인가? 정계에서는 박 의원의 탈당 내지 분당도 한 변수라고 보고 있다. 지금 같은 '원수끼리'라면 차라리 '딴살림'이 정정당당할 수 있지만 일찍이 우리 여당 정치사에서 탈당이나 분당해서 재집권한 경우가 없다.
이 대통령의 위상은 그가 집권자이기에 더욱 불안하고 초라하다. 이처럼 증오와 반목과 원한이 난무하는 분열정치로는 'MB정권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좌파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당내 비주류의 협조 없이는 이 난국을 도저히 돌파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대내외에 들키고 말았다. 특임장관이나 원내대표 하나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휘둘리는 대통령, 박 전 대표를 다루지 못해 소통과 포용력 없음을 송두리째 드러내 보이고 있는 집권세력의 수장―이런 이미지로는 경제살리기 등 정책의 원활한 추진도 어려워 보이고 따라서 MB를 성공한 대통령의 반열에 올릴 수 없다.
특히 앞으로 몇 차례의 국지전 선거에서 패하고 야당이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하면 'MB 퇴진'은 상투어가 될 것이고 당과 그의 측근 세력은 도망가기 바쁜 상황으로 이끌려갈지 모른다. 이것은 단지 '박근혜의 이탈' 때문이 아니라 'MB 지도력의 부재'에서 오는 결과다. 당내 비주류 하나 제대로 다루고 이끌어갈 줄 모르는 지도력으로는 다양한 반대세력이 혼재하는 나라를 이끌어가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현 상태대로 가면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상대방 업신여기기' '자기도취' '유아독존'에 어떤 변화가 없다면, 두 사람 다 실패할 것이다. 이제 "나의 경쟁상대는 국내에는 없고 국외에만 있다"는 이 대통령은 국내의 경쟁을 깔본 나머지 국외에서도 온존하기 어려울 것이며, '후임'을 관리하지 못해 끝내는 정치적 업적도 빛 바래고 신변적 보복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지금 "나 없이 어디 잘해보라"는 듯이 사사건건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박 전 대표로서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자만의 그릇에 빠져 '정치의 달인'으로 승격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요즘의 정치는 '감동의 정치'여야 한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쩨쩨하고 디테일에 매달리는 좀스러운 정치는 이제 설 자리가 없다. 국민들은 두 사람이 화합하는 감동을 느끼고 싶어한다. 요즘의 정치는 또 '이벤트 정치'여야 한다.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바라건대 그 손은 대통령의 것이었으면 한다. 주변에서는 "대통령이 굴복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아량은 힘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몇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은 것은 약속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말한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를 직접 설득하고 반드시 약속을 지키는 자세로 나가야 하고, 박 전 대표는 우선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를 받아주는 것으로 그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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