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로 남아있는 한 정치적 함정과 모략, 반대를 위한 반대 피할 수 없어
보수우파 정치 구하기 위해 '대통령의 꿈'까지 포기하고 총선 올인하면 살아날 길 있어
2012년 한국 정치의 향방과 관련해 지금 온 국민의 시선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쏠려있다. 청와대를 비롯, 한나라당이 박 전 대표의 등장(?)을 위해 무대를 비우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의 거취는 더욱 드라마틱해 보인다. 보수우파 성향의 국민은 물론이고 좌파 쪽 사람들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그렇기에 박 전 대표가 내려야 할 결정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어렵고 무겁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가 이제 어떤 모습으로든 그동안의 '은둔'과 '수첩'과 '공주의 성(城)'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그가 무엇을 들고 나오느냐다. 비대위, 전당대회, 외부영입, 전권(全權)이라는 등의 문제는 방법론일 뿐이다.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은 '박근혜'가 변할 것이냐는 데 있다. '박근혜'가 변하지 않는 한, 한나라당의 그 어떤 변화도 형식적이고 절차적이고 표피적일 뿐이다. 한나라당이 12일 당 중진회의에서 보여준 것은 구태의연한 싸움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박 전 대표가 그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선들 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마디로 땜질처방식으로는 안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박근혜'의 변화이며 '박근혜'의 재구성이다. 그가 당을 살리고 보수우파를 재결속시켜 위기에 처한 한국 정치를 구하려면 먼저 자신을 던져야 한다. 그것은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일단 접고 무욕(無慾)의 차원에서 당과 보수를 결집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모든 정치적 행위나 결정에 항상 '대통령의 꿈'이 우선적으로 걸려있는 한, 그의 개혁과 변화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며 거기에는 정치적 함정과 모략과 반대를 위한 반대가 뒤따르게 돼있다.
당내 계파의 문제, 공천의 문제, 당 주도권의 문제, 청와대와의 관계 등은 그가 '대통령에로의 질주'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객관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대선행보를 접을 때 그에게는 어떤 적수도 존재할 수 없다. 그는 누구도 만날 수 있고 누구도 끌어안을 수 있다. 현직 대통령에게 어떤 주문도 할 수 있고 야당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가 대선주자로 남아 있는 한, 그가 어떤 쇄신책을 갖고 당에 진입한들 그는 여전히 한쪽 계파의 수장이고 대권 경쟁자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그 한나라당은 아마도 지금보다 더 허우적거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에게 '대통령'을 끝내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정치인 박근혜에게 너무 치명적이다. 지난 4~5년 각종 여론조사에서 거의 예외없이 압도적 선두를 달려온 그에게서 일생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박 전 대표가 자기 자신을 던져 오늘의 한나라당과 보수정치를 구하고 정당정치, 의회정치를 다시 궤도에 올려놓는 일에 성공하면 그는 '대통령'에의 행보를 다시 보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당을 구하고 총선에 올인하면 그는 다시 '대선'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얻은 '자리'는 어제의 어정쩡하고 불확실한 자리가 아니라 보다 확실하고 보장받은 자리로 바뀔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여러 정치적 상황 등을 종합할 때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 집권당의 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점은 거의 모든 정치논평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비록 박 전 대표가 현재 거론되는 수준의 쇄신책을 갖고 당을 이끌게 된다 하더라도 그 정도의 '변화'로는 이미 한나라당을 떠나기 시작한 민심과 보수진영의 지지를 되돌리기 어렵다. 당은 엉망인데 개인의 인기가 있다고 해서 혼자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노릇이고 된다 한들 그 자리는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은 필패(必敗)고 박근혜가 평행이동한 한나라당도 역시 필패다. 그나마 성공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가 마음을 비우고 살신성인하는 경우뿐이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올라설 무대의 조명을 보기 전에 관객의 핏발 선 눈을 봐야 한다. 당직자들의 삼고초려에 자만하고 기승하기 전에 민심의 차가움을 느껴야 한다. 결국 박수를 칠 사람은 관객이다.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혼신의 연기를 펼칠 때 관객은 돌아올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요즘 비밀리에 지혜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아직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밝힌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많이 만나고 깊이 생각하며 멀리 내다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이 당을 구하고 보수를 결집하며 정권을 재창출해서 전 세계가 요동치는 격변의 2010년대에도 건강하게 살아남는 대한민국을 일궈내야 한다. 201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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