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매일신문/2011 년도

구름도 알고 조약돌도 안다(111031)

푸른솔1 2012. 2. 1. 16:53

구름도 알고 조약돌도 안다                            2011년 10월 31일

 

S#1 (어느 지방도시 유치원 교실)

유치원 여교사가 아이들을 앉혀놓고 수업을 하고 있다. 교실 뒤편에는 수업 참관 나온 학부모님들이 둘러앉아 있고 교단 앞쪽에는 유치원 교사가 그린 한반도의 지도가 걸려 있다.

 

"자, 이 지도를 보세요, 여기는 함경북도고 이쪽은 평안남도이고 여기는 자강도와 양강도입니다…." 유치원 교사는 북한 지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 나갔다. 올망졸망 앉은 아이들의 눈망울은 선생님이 가리키는 북한 지도에 모이고…. 이때 뒷좌석의 학부모 한 분이 나섰다. "선생님 그 지도, 조선인민공화국 지도지 한국 지도랄 수 있습니까?" 모두들 놀란 듯한 눈빛이 그 학부모 쪽으로 쏠렸다.

 

"보세요. 지금 선생님이 보여주는 한반도 지도에는 대구 같은 대도시는 물론이고 울릉도도 없고 심지어 독도도 빠져 있잖습니까. 독도 없는 대한민국 지도가 어디 있습니까. 아이들에게 뭔가 잘못 가르치는 것 아닌가요?" 북한 땅은 상세하게 이북 5도 외에 새로 생겨난 자강도, 양강도까지 가르치면서 남한 지도에는 독도마저 빼놓고 건성으로 가르치는 데 대한 퇴직 교사 출신 학부모의 불만 표시였다.

 

지금의 북한은 이북 5도 외에 자강도 양강도 신설에 이어 강원도 등 9개 도로 나누고 있다. 물론 강원`경기는 ‘미수복 강원도’ ‘미수복 경기도’로도 쓴다. 아직 수복 탈환하지 못했지만 자기네 땅이란 뜻이 담겼다. 어린아이들에게 독도는 쏙 빼놓으면서 자강도 양강도까지 가르친 그 유치원 교사가 고교 시절 전교조 교사의 친북 좌파적 세뇌 교육을 받았는지 대학 시절 운동권 세력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절대다수 건강한 교육관을 지닌 유치원 교사`유치원들의 교육현장과는 동떨어진 ‘예외의 경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왜곡된 역사관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이 그날, 그곳뿐이었을까라는 의구심은 끈끈하게 남는 실화였다.

S#2 (사흘 전 독도 이사부길 방조제 마당) 동해의 파도가 출렁이는 독도 방조제 마당, 한복 패션쇼 무대가 펼쳐진다. 고구려 벽화의 전통 복식을 입은 젊은 모델들이 걸어 나온다. 이어 신라 여왕이 등장하고 조선시대 귀부인을 따라 활을 든 무사가 일본을 향해 시위를 겨눈다.

 

독도가 우리네 땅임을 몸짓과 바람의 옷으로 표현해 낸다. 패션모델들과 함께 한복을 입고 나온 경상북도지사는 지난 8월 동(東)섬 위에 국기게양대를 세우고 태극기와 경북도 깃발을 걸었다. 태극기 밑에는 일본 땅을 향해 포효하는 몸길이가 2m 넘는 청동색 호랑이 조각도 만들어 세웠다. 한쪽은 교실에서 어린 세대에게 독도도 없는 지도로 북한만 가르치고 한쪽은 깃발과 조각과 패션의 예술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고 확인하려 애쓰는, 어긋난 톱니 같은 사회를 본다.

 

 독도 하나를 두고도 한줄기로 일관되게 모이지 않는 마음과 사회, 그걸 탓하듯 이날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이런 시(詩)를 독도로 보내왔다. ‘여기 바람과 파도에게 물어보아라./ 이곳이 누구의 땅인가를/ 그들은 일제히 말할 것이다./ 독도는 한국 땅./ 한국인의 발자국이 찍힌, 한국의 섬./ 하늘의 구름도 알고 땅의 조약돌도 안다.’

독도패션 전전날 밤 재보선 선거판이 끝이 났다. 이긴 자에게 이 독도 시를 풀어 새겨보며 다짐시킬 것이 있다. ‘바람과 파도와 민중들에게 물어보아라/ 대한민국이 누구의 땅이고 어떤 나라인가를/ 그들은 일제히 말할 것이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의 땅/ 땀 흘리면 잘살 수 있어야 하는 나라/ 오만하고 부패한 정치권력은 밀어내는 나라/구름도 조약돌도 안다.’

 

실직에 울어온 젊은 표, 집세에 허덕여온 서민 표는 일자리와 보금자리를 원했기에 그렇게 찍었다. 독도는 빼고 자강도만 가르치는 좌파적 이념 확산을 허락하는 뜻으로 찍었거나 양극화된 민심 통합 대신 야권 통합이나 서둘러라고 찍어준 표가 아니었다. 승리에 취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일해야만 잘사는 건실한 복지 대신 어리석은 포퓰리즘의 신기루를 좇으며 정치세력 통합 따위에 공들이는 순간, 다시 그들은 끌어내려질 것이다. 당선 닷새도 안 돼 야권 통합 자리부터 참석한 박원순 시장, 하늘의 구름도 알고 땅의 조약돌도 아는 그 진리를 벌써 잊고 있는 건가. 당선은 축하하지만 전 국민의 25% 다시 그 25%의 26% 지지를 좌`우파 게임의 전리품처럼 권력 이동의 기회로 챙기려 들면 그 자신과 나라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