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어머니
/ 이초우
봄이 오면 조롱박에서 어머니 냄새 난다,
가시 잎 속 자홍 꽃, 보송보송.
봉분 위에는 달이 자라고,
엉겅퀴들이 어머니 몰래
이승의 시간을 지우고 있다.
모롱이 돌아가면 먼저 와 기다리시는 어머니,
이승의 나이 거꾸로 잡수시는 어머니,
젊어지신다.
자꾸만 엉겅퀴 속으로 들어가시는 어머니.
송이채로 매달린 이승의 시간을 지우며,
뻘 깊은 뿌리 속을 걸으신다, 하염없이.
뿌리가 씻어 주었을까?
티없이 맑다.
화장도 하시지 않은 얼굴,
봉분처럼 하얗고 둥글다.
[ 현대시,2004.10월호,신인추천작품상당선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