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엉컹퀴 어머니

푸른솔1 2008. 1. 14. 11:08

        엉겅퀴 어머니 / 이초우 봄이 오면 조롱박에서 어머니 냄새 난다, 가시 잎 속 자홍 꽃, 보송보송. 봉분 위에는 달이 자라고, 엉겅퀴들이 어머니 몰래 이승의 시간을 지우고 있다. 모롱이 돌아가면 먼저 와 기다리시는 어머니, 이승의 나이 거꾸로 잡수시는 어머니, 젊어지신다. 자꾸만 엉겅퀴 속으로 들어가시는 어머니. 송이채로 매달린 이승의 시간을 지우며, 뻘 깊은 뿌리 속을 걸으신다, 하염없이. 뿌리가 씻어 주었을까? 티없이 맑다. 화장도 하시지 않은 얼굴, 봉분처럼 하얗고 둥글다. [ 현대시,2004.10월호,신인추천작품상당선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