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퍼온글/2008 년도

여보 할멈

푸른솔1 2008. 1. 11. 13:25
 여보, 할멈!



 
여보-할멈 나를만나  그동안 살아오기 힘들었지?

 

 


나  당신과 살아오며  항상 이런 생각을했어.
 

꽃밭이 있고바다가보이는 곳에

나무가 우거진 숲도 있었으면 좋겠다고생각했어

개울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았을 거야.
 
대도시에 아파트가 싫었거든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들고 산책 하고싶었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을하나 두울~ 체조도 시키고 싶었지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면....

 

 

그때 당신의 모습은 너무도 예쁠꺼야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녹차가득 담아
 
탁자위에 올려놓고 식기를 가다리며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사랑스런눈빛을 가끔 보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 때는 창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당신과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지난날을 생각하며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지금까지 철없이 살아온 인생을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끝내고싶어

젊었을땐 하지 못했던 사진 한번 찍을까?

예쁜액자에 넣어 창가에 놓아두어야지...

우리 아이들이 우리가 그렇게 사는것을보고
인생의 만년은 이렇게 살아가는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보여주고싶어


그렇게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어!!

나 이제 당신과 그렇게

그렇게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옮긴 글-


'아름다운글·퍼온글 > 2008 년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맛나는 세상  (0) 2008.01.11
이해인님 글 모음  (0) 2008.01.11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0) 2008.01.11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0) 2008.01.11
사랑은 먼길을 가는 것  (0) 2008.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