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칼럼·조선일보/2020 년도

韓·美 동맹 복원의 출발점(201110)

푸른솔1 2020. 11. 12. 18:02

韓·美 동맹 복원의 출발점.     2020.11.10

주한 미군 감축은 공화당 주도… 안보보다 이해관계 치중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절정… 미군을 비용 절감 도구 취급
바이든 당선으로 전환 계기… 동맹 간 책임·의리 회복 기대

주한 미군 감축의 역사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휴전 이후 유지되어온 7만명 수준의 주한 미군은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의 닉슨 독트린에 따라 병력 1개 사단이 철수했다. 키신저를 앞세워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던 닉슨은 철군의 이유로 ①미군은 더 이상 세계 경찰이 아니다 ②베트남에서 철군해야 한다 ③아시아 국가들은 스스로 방위해야 한다를 내세웠다.

 

두 번째 철군은 카터 대통령에 의해서였다. 그의 계획은 주한 미군 내부(싱글러브 참모장)의 반대와 제3 땅굴 발견으로 철군 인원이 3400명 선에서 멈췄다. 세 번째 철군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였다. 샘-워너 수정안에 따른 미군 감축 계획은 1992년까지 7000명을, 1995년까지 6500명을, 1996년 이후는 최소한의 인원을 남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조짐에 따라 1단계만 시행되고 2·3 단계는 유보했다. 네 번째 철군 계획은 아버지에 이은 조지 부시 대통령 때 이루어졌다.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에 따라 주한 미군을 빼내 이라크 지원으로 돌리려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한국군을 대신 이라크에 파병함으로써 철군을 막았다.

 

흥미로운 것은 주한 미군의 철수가 주로 보수 정권인 공화당 집권 때 이루어지거나 계획됐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인 카터의 결정은 안보와 상관없었다. 박정희 정권의 인권침해를 응징하려는 수단이었다. 우리는 흔히 착각해왔다. 보수의 가치와 전통을 가장 많이 반영하는 정치 집단이 공화당이고 안보보다는 빈부 문제, 인종 문제, 평등 문제에 보다 집중하는 민주당이 좌파적 성향을 나타내왔다. 그래서 해외 주둔 미군에 관한 한, 미국 공화당은 안보적 관점과 동맹 이론에 입각할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공화당은 외교적 ‘거래’라는 이해관계에 민감하고 현실적 이용 가치에 치중해왔다는 것을 주한 미군 감축 과정에서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공화당인 트럼프 행정부의 주둔 비용 증강 압박에서도 볼 수 있다. 볼턴의 회고록을 보면 트럼프는 미군 주둔비의 분담금을 더 받아내기 위해 철군을 위협하도록 조종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트럼프에게 주한 미군의 존재는 대한민국의 안전 보장, 동아시아 민주주의의 보루, 세계 경찰로서 미군의 역할과는 관계가 없어 보였다. 그에게 주한 미군의 존재는 어쩌면 북한 김정은과의 흥정거리, 주둔 비용 더 뜯어내는 도구로서 의미가 더 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김정은과의 관계를 의식해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중지하거나 연기하기도 했다. 우리를 특히 불안하게 했던 것은 주독 미군 철수, 주아프간 미군 철수 등에서 보인 트럼프의 즉흥적인 원맨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