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論(2017.08.01)
홍준표論 2017.08.01
좌파 정책 연일 쏟아지는데 보수 정당은 속수무책 방치
홍 대표에겐 시간 많지 않아
차기 대선 주자 노리기보다 분열된 보수 봉합에 나서야
내년 지방선거에 승부 걸길
지금 한국의 정치 지형(地形)에서 보수 정당의 재건을 책임진 사람은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능력과 자질에 의문을 갖는다. 어떤 사람은 그의 언쟁을 문제 삼아 그를 즉흥적이고 논쟁적이고 때로는 포퓰리스트적(的)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오늘날 지리멸렬한 야권을 통합하고 정통 보수 정당을 재건할 유일한 위치에 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바닥을 헤매던 자유한국당을 이끌어 그나마 25%대의 지지를 얻어냈던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다. 그는 대선 후 107석의 한국당 대표로 선출됐다. 홍 대표는 박근혜 탄핵 사태에서 탄핵에 개입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친박도 아니라는 점에서 야권 통합의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스펙과 경력 면에서 그를 앞선 정치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탄핵 때 어느 한편에 섰던 그들은 통합을 이끌 자격에 '흠'이 있다.
홍 대표로서도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 흩어진 야권을 봉합하고 건전한 보수 정당으로 묶어내는 것까지를 자신의 정치적 사명으로 천명했으면 한다. 다음 대권은 보수 정당 재건의 결과에 따른 민의의 선택 문제다. 다음 대권에 집착할수록 그의 영도력은 부서질 수 있다. 그가 근자에 자신의 과거 돌출적인 발언과 행동을 사과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자신의 사고와 행동의 반경을 넓히고 보다 포용적 정치인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통합을 논의해야 할 상대인 바른정당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대도(大道)가 아니다. 그의 이미지는 독불장군이었다. 혼자서 차(車) 치고 포(包) 치고 하는 식이었다. 이제는 제1야당의 대표로서, 국정의 파트너이며 견제 세력의 주자답게 행세했으면 한다. 막말은 듣기엔 시원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열지 못한다.
홍 대표에게는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야권 분열의 기회를 놓칠세라 거의 매일이다시피 '좌파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야당이 아무런 대응 논리도 못 갖추고 매일 즉흥적 논평이나 내놓는 상황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문 정부는 지금 여론조사 80%에 가까운 지지를 만끽하고 있다. '촛불'의 기운이 채 사그라지기 전에 좌파 정책의 모든 것에 시동을 걸어두자는 것이다.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른바 좌파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것을 알고 있다. 문 정부를 민주적인 방식으로 견제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는 크게 봐서 야당과 언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은 '기능'일 뿐이고 '제도(制度)'는 야당이다. 야당이 제도적으로 탄탄할 때 그 나라의 정치는 건전하게 가동할 수 있다.
한국당과 홍 대표는 10개월 후인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다음 정권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승부를 맞게 돼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다음 대선의 전초전이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다. 여기서 이기고 지는 것이 한국당과 홍 대표의 정치적 진로를 결정한다고 봐야 한다. 그 전초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지금 탄핵 사태를 둘러싼 보수권의 대립이라는 터널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 탄핵의 상처는 깊은 내상으로 남을 것이기에 이를 치유할 탕평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홍준표 정치의 요체다. 많이 만나고 많이 듣고 많이 설득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두 정당의 정치인들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지금 새 정부의 질주가 궁극적으로는 박근혜 시대의 보수성을 부수고 좌파 전횡의 프레임을 세우는 데 있다면 한국의 보수 정치인은 모름지기 우선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 데 전력투구해야지 '지나간 가치'에 대한 논쟁에 함몰돼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분열을 틈타 개인적 영달을 도모하는 데 급급해 편 가르기에 안주하는 정치인들이라면 정치인으로서 최악의 수치다.
보수 지지층 국민도 이제는 각자의 한(恨)을 접고 나라의 미래를 봐야 한다. 자신이 진정 보수 성향이라고 자처한다면 야권의 단합과 통합을 응원할 일이다. 소셜미디어에 나도는 의견들을 보면 그들은 아직도 탄핵 전야의 심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원수처럼 저주를 쏟아내고 있다. 인간적인 것은 때로 나라를 제대로 운용하는 데는 걸림돌일 수 있다. 야권이 합쳐 좌파의 질주를 막는 것이 박(朴)을 극복하는 길일 수 있다.
문 정부의 과시적이고 물량적인 정책과 좌파 일변도의 정치는 시간이 갈수록 보수층을 불안하게 하고 중도층
까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것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동서고금 정치사의 공통된 현상이다. 더구나 문 정부의 정책이 좌우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북핵의 위협, 한미 관계 등 나라의 안위와 국민 생활의 기본을 건드리는 것일수록 보수 회귀의 기운은 살아날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그리고 홍 대표와 야권 리더들은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