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칼럼·조선일보/2014 년도

"대통령님, 더 이상 이러시면 안 됩니다"(2014.07.01)

푸른솔1 2014. 7. 26. 11:54

"대통령님, 더 이상 이러시면 안 됩니다"                    2014.07.01

 

60% 넘나들던 朴 대통령 지지율, 42%로 부정적 평가에 훨씬 뒤져
'대안 없다'며 옹호하던 지지층 自嘲的 변하며 비장하게 경고
'혼자'를 즐기다 혼자 되기 전 吾不關焉 정치 패턴 벗어나야

 

나흘 전(6월 2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2주 전 47%에 이어 42%로 다시 내려앉았다. 여론의 바로미터라는 서울에서는 37%로 가장 낮았다. 게다가 이 수치는 부정적 평가(52%)에 훨씬 뒤지는, 다시 말해 '마이너스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야당이나 비판 세력에 레임덕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취임 이후 줄곧 50%대 후반 지지율을 유지해온 박 대통령에게 이것은 중대하고 심각한 상황이다. 그의 지지율은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에도, 경제 상황의 답보에도, 몇 차례에 걸친 인사(人事) 혼선에도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경상도, 50대 이상, 일부 여성층의 어쩌면 태생적이고 맹목적이며 보수 일변도인 충성 때문이었다.

이 완고한 지지는 반드시 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해서, 그의 정책이 옳고 훌륭해서, 그의 자질과 능력이 우수해서 형성된 것이라기보다 다소의 실책과 잘못이 있다고 해도 "박근혜 아니면 대안(代案)이 없다" "좌파가 나라를 흔들게 놔둬서는 안 된다"는 기대와 옹호가 그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친북·종북 지지 세력이 점차 증가 추세에 있고, 그 중심층이 이 나라의 체제 안에 합법적으로 침투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이를 막고 밀어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지배적이었다. 박 대통령이 MB 때처럼 '촛불' 같은 공세에 휘둘리지 않고 용감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두 건 실책과 실수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작용했으리라. 그리고 사람들 마음속에 옛날 박정희 독재에 대항하던 YS와 DJ 같은 대안의 존재가 없는 것도 '박근혜의 독주(獨走)'를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의 하나다.

이처럼 흔들리지 않던 '박근혜 지지'에 이제 서서히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에는 아직 골수 지지층의 전면적 이탈이 포함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변화는 이제 시작의 단계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부풀려진 보수층의 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가 점차 현실감을 되찾고 냉정한 바탕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시사점이다.

60%대를 넘나들었던 지지율은 박 대통령을 오판(誤判)하게 하거나 착각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을 것이다.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에게는 철통같은 지지 세력이 있다.' '비판 세력이 나를 공박하지만 여론조사는 흔들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이런 자신을 갖게 된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박 대통령을 자만과 불통(不通)의 길로 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의 무능과 내시성(內侍性)도 크게 작용해왔다는 비판이 드세다. 덮어놓고 박 대통령을 옹호하고 비호한다는 것이 대통령을 고립과 무원(無援)으로 이끌고 있음을 세상은 다 아는데 그들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전통적 지지층의 변화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나는 박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지층은 이제 자조적(自嘲的)으로 가고 있다. "그렇게 밀어줬는데 이것밖에 안 되는가?"에서부터 "어떻게 저렇게 귀 닫고 눈 감고 혼자서 결정하는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이다. 답답하다며 한숨을 토하는 사람도 있다. 또 다른 메시지는 경고다. "대통령이 더 이상 이러면 안 된다" "하는 일마다 비판 세력이 손뼉 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비장함도 보인다.

그동안 많은 보수층 인사와 여권 정치인이 박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인사, 정치권에 대한 독선적 행보,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심한 권위주의적 행정 등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며 개선과 변화를 기대해 왔지만 박 대통령은 지금껏 들은 척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혼자'를 즐기다가 그야말로 '혼자'가 되기 직전이다. 더 이상 이대로 가는 것은 박 대통령을 위해서도, 그리고 누구보다 박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온 지지층에도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

박 정권의 앞날은 순탄치 않다. 아니, 험난하다. 경제는 올스톱이고, 관료 체제는 서서히 반발로 돌아서고 있다. 여당은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고, 야당은 마포대교에서 완강히 버티고 서 있다. 좌파 세력은 때 만난 듯 기세등등하고, 우파 세력도 이제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집권층이 틈을 보이자 노조는 다시 지난주부터 깃발을 올리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은 한국으로 오고, 일본의 아베는 북한으로 간다. 뭔가 비정상적 구도들이다.

이런 복잡다기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혼자만 옳은 듯이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버티고 있다면 그는 무엇을 모르거나, 무엇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민심은, 지지 세력은 이제 박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지도 변화를 "대통령께서 더 이상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경고로 읽고 이제까지 해왔던 정치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