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분열' 감상법(2010.07.11 )
한나라당 '분열' 감상법 2010.07.11
다음 대선에서도 친이·친박 분열하고 야는 단일화하면
결과는 자명… 정권재창출 실패, 보수·우파 우려 팽배
6·2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에 패배를 안겨준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 오는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우파의 분열과 좌파의 단일화다. 현재의 상황이 연장된다면 차기 대선 역시 한나라당의 분열과 민주당 등 야권의 단일화의 패턴으로 갈 가능성이 많고, 그 결과는 자명하다.
여러 선거분석 결과는 6·2선거가 젊은 세대의 적극적 투표참여와 그들의 '반(反)MB'성향에 많이 좌우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젊은 층이 진보적이지 않은 역사가 없고, 그들이 집권세력에 동조적이었던 역사도 없다. 6·2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선거를 보면 총 득표수에서 여당은 야당을 이기고 있음에도 여권의 분열이 그들의 패배를 초래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온 현상이지만 6·2선거, 세종시 갈등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한나라당의 내홍은 가히 분당(分黨)수준이다. 여러 MB측근과 친이(親李)계 의원들은 6·2선거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낸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그들의 차기 대선 후보로 삼을 뜻을 간접적으로 내보이고 있다. 그들은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들의 정치생명은 그것으로 끝일 뿐 아니라 엄청난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박근혜로 가는 길'은 온갖 수단으로 막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 상황 속에서도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 경쟁에서 물러설 기미는 조금도 없어 보인다. 자신에게 전국적 지지가 있고 여러 인기도 조사에서 수년간 막강한 차기 후보로 인정받고 있는 터에 '물러가는 MB'에게 덜미를 잡힐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만이 한나라당을 구하고 우파의 수호자가 될 것임을 자임하고 나설 것이다.
결국 어떤 과정을 거칠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친이·친박 싸움은 차기 대선 후보를 둘러싸고 '죽고 사는' 양상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선에서도 그렇고 경선불참 또는 경선불복, 더 나아가 분당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보수·우파진영의 후보는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는 한, 분열의 길로 갈 것이고 야당은 노무현 당선 때 결정적으로 득(得)을 봤고 6·2선거에서 '재미 좀 본' 단일화에 매진할 것이 뻔하다. 민주당이 몇 자리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단일화하는 것만이 승리하는 길이라는 'DJ 유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서 6·2선거 이후 보수·우파 진영에는 '정권재창출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우려의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여당 내 인사들까지 정권재창출 문제를 공공연히 거론하기 시작했고 그 빈도가 부쩍 잦아졌다. 박관용 한나라당 고문(전 국회의장)은 어느 모임에서 한국의 역대 정권은 정권재창출 여부에 따라 '성공한 대통령' 또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갈렸으며 노무현 정권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면 자살사태까지 빚어졌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이 실패하면 MB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찍힐 것이고 MB의 500만표 덕분에 당선된 '명박돌이'들은 노무현 탄핵불발로 당선된 '탄돌이'들과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도 했다.
아마도 그래서 여권 내에서 요즘 '김문수 대안론(代案論)'에 맞서 '박근혜 총리론(論)'이 새삼 거론되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 화해하지 않고는 당의 분열상은 치유될 수 없고 그런 상황에서는 당의 대선구도가 지리멸렬해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정권재창출에 실패할 것이라는 당내외의 자각과 상실감이 그 배경일 것이다. 박 전 대표도 그대로 앉아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일인가를 느끼기 시작했다면 자신과 여당을 위해 크게 다행한 일이다.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대선주자들이 한나라당 울타리를 뛰쳐나가지 않고 그 안에서 승패를 가리고 승복하도록 관리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일이다.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과연 2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에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당의 의지와 시스템과 지혜를 총동원하는 마당인지 그들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평소 '역사의 심판'을 잘 떠올리는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을 현실정치에서 '성공한 대통령'의 반열에 올리는 일에 초연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기를 지지했고 지원했던 보수·우파 세력을 위해서라기보다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2010년대 '중간 허리'를 이끌어갈 차기 정권을 만들어내야 할 책무가 있다. 적어도 향후 10여년간 한반도에 벌어질 '역사'에 대비해 어떤 정권이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력이 그와 당에 요구되는 시점이다. 당의 분열을 막는 것이 그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