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매일신문/2008 년도

부처님이 잡수신 돼지고기(080512)

푸른솔1 2008. 5. 21. 10:21
부처님이 잡수신 돼지고기             -2008년 05월 12일 -
 
 
 
오늘(12일)은 부처님오신날.

석가탄신일을 경축드리며 한편으로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涅槃(열반) 때의 모습을 되새겨보자. 광우병 시비로 끝없이 다투고 갈라져가는 우리 모두가 世尊(세존)의 모습에서 깨우침과 평화를 얻어보고자 함이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의학적 원인은 쉽게 말해 식중독이었다. 부처님이 구시나자라 지방에 가셨을 때 츈다(Cunda)라는 대장장이 집에 초청받아 식사 대접을 받으셨는데 그때 내놓은 음식이 ‘스칼라맛다와’였다. 스칼라맛다와는 독버섯이란 뜻도 있지만 음식 이름으로는 돼지고기를 일컫는다고 한다.

 

부처님은 수저를 들자마자 냄새가 이상한 걸 알고 돼지고기가 상했음을 알아차리셨다. 그리고는 둘러앉은 제자들에게 “너희들은 먹지 마라. 소화가 안 될 것이다”고 하신 뒤 혼자서 맛있는 듯 잡수셨다.

“고기가 상했다”는 말씀 대신 “소화가 안 될 수 있으니 먹지 말라”는 말로 제자들을 식중독 위험으로부터 보호해놓고 자신은 맛있게 먹었던 것이다. 접대하는 대장간 주인의 好意(호의)가 무안해질 것을 배려한 것이다.

 

식사 후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일생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두번 먹어봤노라. 한번은 6년 苦行(고행) 수도 후 ‘세나니’ 마을에서 ‘수자타’란 소녀가 끓여준 乳米粥(유미죽)이고 또 한번은 오늘 츈다가 대접한 돼지고기가 맛있었노라.” 행여 식중독에 걸렸을 때 접대한 대장장이에게 원망과 제자들의 비난이 몰릴 것까지 염두에 둔 지혜로운 배려의 말씀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토사곽란으로 심한 탈수 끝에 고향 룸비니(네팔 국경) 쪽으로 머리를 두시고 열반의 자세로 入寂(입적)하셨다.

 

고기가 상했음을 알고도 상대의 과실을 끄집어내거나 나의 식중독 위험을 시비하기보다 대접하는 쪽의 정성과 호의를 소중히 여길줄 아는 배려의 미덕을 깨닫게 한 聖者(성자)의 모습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정치판뿐만이 아니라 상대의 조그만 결점이나 실수, 잘못의 틈만 보이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생채기를 내고 쓰러져 넘어질 때까지 흔들어대는 풍조가 번져가고 있다.

 

걸핏하면 떼지어 모여 거칠고 험한 구호를 펼쳐들고 적의 약한 상처를 집중적으로 할키고 물어댄다. 내쪽의 양보나 손해는 한치도 허용하지 않고 상대의 흠집은 최대한 크게 넓게 깊게 상처내고 나의 이익에 보탬이 되도록 이용하려든다. 그런 극단 속에 부처님의 돼지고기 일화 같은 利他(이타)의 배려가 생길 리 없다.

‘너나 먹어라 미친소’ 같은 비방과 욕설, 괴담의 선동과 보수`진보 언론 간의 상반된 논조,  ‘나는 도장 안 찍었다’는 전직 대통령의 비방과 발뺌, 여야 정치권의 분열 등….

 

온 나라가 계층별로 아래위 사분오열 찢겨져 괴담과 선동 갈등과 불신의 狂風(광풍)만이 쓰나미처럼 온나라를 휩쓸고 있다. 수입 고기를 먹어보기도 전에 정신이 먼저 병들어 미쳐가고 있는 듯한 꼴이다.

열반 전 부처님이 남기셨던 마지막 설법은 自燈明 法燈明(자등명 법등명)이었다고 한다.

 

‘나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 精進(정진)하라’는 뜻이라 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스스로 마음의 등불을 밝게 켜고 협상의 앞뒤 과오를 생각해 보고, 촛불 집회에 나간 사람들은 내 손에 든 이 등불이 자신의 양심과 건전한 이성에 비추어 나라 전체의 경제와 주권의 진정한 이익을 지키고 밝히는 自明燈(자명등)인가, 아니면 괴담과 선동, 감성에 이끌려 허상의 도깨비불을 켜고 있는 건 아닌가를….

 

괴담과 합리적 이성, 어느 쪽 등불을 켜는 것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自明燈일지 깨닫고 살펴보라. ‘너나 먹어라’나 ‘너나 먹지마’ 모두 광우병보다 더 무서운 증오와 분열과 망국의 병이다. 미친 소가 우리를 보고 웃고 있는 것 같다. 부처님오신날 다같이 이성과 배려, 利他의 마음을 밝혀 공존의 길을 찾아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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