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깊은 밤,
홀로 깨어 느끼는 배고픔과 목마름.
방 안에 가득한 탱자 향기의 고독.
가을은 나에게 청빈을 가르칩니다.
대나무처럼 비우고 비워 더 맑게 울리는
내 영혼의 기도 한 자락.
가을은 나에게 순명을 가르칩니다.
가을이 파 놓은 고독이란 우물가에서
물을 긷습니다.
두레박 없이도 그 맑은 물을
퍼 마시면 비로소 내가 보입니다.
지난 여름
내 욕심의 숲에 가려 아니 보였던
당신 모습도 하나 가득 출렁여 오는 우물.
날마다 새로이 나를 키우는
하늘 빛 고독의
깊이를 나는 사랑합니다.
- 이해인님 -